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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ㆍ기독교인, 종교평화를 얘기하다
종교간 배타적 우월주의 벗어버리자
기사입력 2011-01-06 오전 10:45:00 | 최종수정 2011-01-27 오전 10:45:59

   불교ㆍ기독교인, 禪院서 종교평화를 얘기하다



목동 국제선센터에서 5일 종교간 대화

"기독교만이 참된 종교라는 확신이 배타적, 우월주의적 행동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역사상 식민주의, 제국주의를 비롯한 각종 폭력도 여기에서 출발한 것이었지요."(폴 니터 교수)

"한국인의 문자와 책에 대한 남다른 존경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성경 구절에 얽매이는 것이 극보수 기독교인들에게 올가미가 되고 있습니다."(김경재 목사)

"우리 종교인끼리 먼저 대화해야 합니다. 사회에서 종교인을 향해 '대화를 나누라'고 권하는 것은 거꾸로 된 일입니다."(수불스님)

지난 5일 저녁 양천구 신정6동의 조계종 국제선센터 내 금차선원(今此禪院)에 불교ㆍ천주교ㆍ개신교 성직자와 신학자 8명이 모여 종교평화의 길을 모색하고 이웃종교의 핵심 교리를 물었다.

조계종의 핵심 수행 방법인 간화선 수행 공간인 금차선원에 이웃 종교인들이 자리한 것부터 이색적이었지만 선원 밖 복도에까지 400여명에 달하는 불자들이 빼곡히 앉아 2시간 반에 걸쳐 밤늦게까지 계속된 대화를 경청하는 모습은 특별했다.


'가슴을 열어 빛을 보다'라는 제목의 이날 대화는 천주교 사제를 지내다 환속해 미국 유니언신학교의 비교종교신학자로 활동해온 폴 니터 교수의 방한을 계기로 이뤄졌다.

니터 교수는 불교수행자인 부인 캐서린 코넬 여사와 함께 한국을 찾아 지난달 31일 대구 동화사에서 선승들과 대화한데 이어 부산 해운정사 등을 거쳐 이날 대화에 참여했다.

그의 옆에는 기독교 신자이면서 불교에 대한 깊은 이해를 담은 연구로 유명한 길희성 서강대 종교학과 명예교수 겸 대한민국학술원 회원, 한신대에서 35년간 조직신학을 가르친 진보신학자인 김경재 목사, 감리교신학대 교수이면서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종교간대화위원장인 이정배 교수가 자리했다.

또 간화선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안국선원 수불스님, 스리랑카와 인도에서 초기불교경전을 공부하고 영국 옥스퍼드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하버드대 세계종교연구소 선임연구원을 지낸 상도선원장 미산스님, 국제선센터 금차선원장인 효담스님, 유니언신학대의 종신교수인 정현경 박사도 동석했다.

이번이 다섯번째 방한이라는 니터 교수는 "40-50년간 다양한 종교간 대화에 참여했지만 이렇게 많은 청중과 스님, 신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처음"이라며 "방한기간에 동화사 수좌들의 수행열기에 놀라고 간화선이라는 수행방법에 큰 자극을 받았으며, 동시에 기독교인이 불교 사찰에 침입해 저지른 일을 듣고 놀랐다"는 말로 대화를 시작했다.

니터 교수는 "동료 기독교인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기독교인의 이름으로 용서를 구하고 싶다. 그들은 진정한 복음에 따라 행동한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경재 목사는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다 시킨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대다수 개신교인이 불교를 싫어한다고 보는 것은 오해다. 한국에 개신교가 유입될 때부터 배타성, 폭력성을 띨 수 있는 배경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책과 경전에 대한 존경이 남다른 한국인들이 이웃 종교에 대한 비관용적 내용이 많은 신구약 성경을 보고 성경을 글자 그대로 믿는 '성경문자무오설'에 빠지게 된 것이지요. 성경은 진리의 경전이자 계시의 경전이라고 배우기도 하고요. 극보수 기독교인들은 이 올가미에서 벗어나야합니다. 또 근대화 과정에서 개신교가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서구자본주의적 가치에 깊이 물들게 되고, 개신교 목회자들도 강한 것, 큰 것이 승리하는 것이라며 교회 키우기에 나섰죠."

김 목사는 "불교식으로 말하면 탐진치(貪瞋痴 탐욕ㆍ분노ㆍ어리석음)의 삼독(三毒) 중 '치', 즉 무지 때문이기도 하다. 이들에게 불교에 대해 계몽을 해야 할 책임은 불교계에도 있다"며 "개신교는 배운 사람들의 종교가 아니었고, 불교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불교는 호국불교라는 명분 아래 권력자와 돈 많은 사람들을 위한 종교였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정배 교수는 "기독교는 서구문명과 함께 들어와 우리 전통문화를 타자화, 미신화하고 얕봤다. 양복입은 사람이 한복입은 사람을 타자화하는 문화가 된 것이다"며 "아울러 현재는 기독교인들이 정권을 잡고 이를 과시하려는데서 이런 갈등이 일어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런 진단에 대해 니터 교수는 "외국인으로서 조언을 하는 모양새가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전제하면서 "불교와 대화하기 전에 한국 진보 기독교인들이 보수 기독교인들과 우선 대화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대화 참석자들은 기독교의 구원과 불교의 해탈, 예수와 부처의 개념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의견도 나눴다.

'보살 예수'라는 책으로 불교와 기독교의 창조적 대화를 모색했고, 지눌국사의 선사상을 주제로 논문도 썼던 길희성 박사는 "내 제자 하나가 절에서 예불했다가 대학에서 쫓겨났었다"며 "기독교인이 절에 들어가면 정신이 없고, 우상이라고 느끼는게 사실이지만 나는 강의할 때 '그건 시청각 자료라고 생각해라'고 가르쳤다"고 소개했다.

"불상과 탱화 등은 사실 상(相)인 것이죠. 불교는 무상(無相)을 알아야하는 것이잖아요. 저는 부처와 예수는 천하의 자유인이었다고 말하고 싶어요. 세상 가치와 권위, 기성 종교로부터 자유로웠고, 그것은 곧 죽음에 이르는 결과가 됐죠. 여기서 '사즉생(死卽生)'이라는 공통메시지를 발견합니다. 자유를 바탕으로 사랑과 자비를 이룬 분들이지요. 불교의 공(空)과 기독교의 사랑은 둘이 아니라고 봅니다. 사랑은 공처럼 모두를 포용하고 품는 것입니다."


그는 또 "내가 '보살 예수'라는 책을 쓴 것은 아시아 사람으로서 주체적으로 신학을 하면서 우리 전통문화 속에서 가장 예수님을 잘 표현할 수 있는 개념을 찾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산스님은 "하버드에서 공부할 때 어느 교회 창문에 '하나님은 너의 마음에 있다'라고 써놓은 것을 보고 불교 교리와 너무 비슷해 깜짝 놀랐다"고 말했고, 김경재 목사는 "김동화 박사로부터 연기설 강의를 듣고 크게 감동을 받았고, 중생의 고통을 자기 고통처럼 느낀 유마경의 정신도 뜻깊다"고 말했다.

니터교수는 "나와 예수님의 관계는 나와 아내 케이티의 관계와 같이 매우 특별하지만, 부처님은 나와 케이티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드는 친구들과 같다"며 "지금 미국에서는 나같은 생각을 가진 기독교인들이 많다. 나의 아침 명상기도는 '거룩한 부처님, 거룩한 가르침, 거룩한 스님들께 귀의합니다. 거룩한 그리스도, 거룩한 복음, 거룩한 교회에 귀의합니다'이다"라고 전했다.

세계 평화를 위한 종교의 역할에 대해 니터 교수는 "기독교, 불교 두 종교가 모두 관심을 가진 것은 '고통'이다. 세상의 모든 고통에 함께 응답하고 실패와 성공도 함께 경험하면서 형제ㆍ자매가 되자"고 말했다.

길희성 박사는 "불교, 기독교간 대화가 일상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이정배 교수는 "한국사회의 현실에 대해 불교와 기독교가 공동 책임의식을 가지고 시민단체와 시민운동가들에게 필요한 영성을 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금차선원장 효담스님은 "개인의 행복과 인류의 평화라는 종교의 궁극적 목적을 위해 종교인들이 대화를 계속해나가야한다"며 "다음에는 이슬람과도 대화하는 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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